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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기자칼럼] 캘리그래퍼(Calligrapher)를 아십니까?

캘리그래퍼(Calligrapher)를 아십니까?

　
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전망’ ‘예측’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 시기입니다. 비유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토정비결에 매달리듯 기업이나 마케팅관계자들은 올해 경기흐름은 어떨지, 어떤 비즈니스가 유망한지 미리 알고 싶어 하는 까닭입니다.

　
저 역시 매년 그래왔듯 각 민간경제연구소와 대한상공회의소, 증권사 등에서 나온 2006년 트렌드 예측 자료를 체크해봤습니다. ‘웰빙 유행 지속’이라든가 ‘월드컵 특수로 디스플레이 산업 호황’ 등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내용이 많았지만 유독 제 시선을 사로잡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감성소비자가 늘어 라이프 스타일 숍이 인기를 끌 것이라거나 인간관리를 지원하는 케이터링 비즈니스가 유행하리라는 예측, IT업계에서도 패션성을 가미한 상품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 등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표현방식은 약간씩 다르지만 사실상 같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첨단을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지만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유망비즈니스로 손꼽힌다는 점입니다. 소위 ‘디지로그’ 시대가 도래했다는 이야기죠.

　
실제로 요즘 명품을 지향하는 제품 중에는 아날로그 감성을 도입한 케이스가 많습니다. 명품오디오를 지향하는 덴마크 오디오 뱅앤올룹슨에서 올해 새로 나온 모델만 하더라도 기능은 첨단이지만 디자인은 트랜지스터라디오를 닮은 아날로그 느낌입니다. 또 이 회사가 삼성과 손잡고 만든 최신형 휴대전화 모델 역시 블루투스 기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과거 다이얼 전화기를 연상시키는 원형 키패드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유토피아로 여겨졌던 디지털 사회가 구현됐지만 편리함이 곧 이상향은 아니었나 봅니다. 기대보다 일찍 찾아온 디지털 시대, 그 부작용도 예상보다 빨리 나타나면서 사라질 듯 보였던 아날로그 비즈니스가 재조명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내친김에 ‘캘리그래퍼’(Calligrapher)라는 아날로그 감성의 직업으로 디지털 분야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김종건 필묵 캘리그래피&디자인 대표를 만나 인터뷰해 보았습니다. 캘리그래퍼는 붓을 가지고 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챔피언>의 포스터나 농심의 ‘춘면’, 오뚜기 ‘생우동’, 로제화장품 ‘십장생’ 패키지의 글씨가 모두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 6년 전쯤 그가 처음 캘리그래퍼로 나서면서 광고기획사를 찾아가 그의 업무를 설명하면 “이런 것도 돈 주고 맡겨요?”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손 글씨 한 건에 수 백만원을 받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김대표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컴퓨터와 기계 문명이 발전하면서 기계적이고 차가운 게 늘어나죠. 손 글씨는 그런 것들로부터 휴식할 수 있는 터전이 될 겁니다.” 그러고 보면 이전에 ‘신바람 문화’, ‘신한국인’ 등의 키워드를 만든 적이 있는 이어령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새해 벽두부터 주요 일간지와 지상파TV를 통해 ‘디지로그’를 새 시대 슬로건으로 제시한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동보(同報)임이 분명해 보이는 e메일 연하장이나 문자메시지보다 손으로 직접 쓴 연하장을 받았을 때 더 설레고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저만은 아니겠죠?

　
[김소연 기자 프로파일]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2000년)

한경비즈니스 기자 (2002년~현재)
CBS라디오 ‘곽동수의 싱싱경제’ 주1회 패널출연:김소연의 트렌드 속으로 진행 (2005년 7월~현재)
한경와우 TV ′′웰빙파노라마′′ 주1회 패널출연:김소연의 산업트렌드 (200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