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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기자칼럼] 도대체 서민은 누구인가?

명기자 칼럼
도대체 서민은 누구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국민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무슨 정책을 펼치건 간에 전부 국민을 위해서다. 재미있는 것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똑같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데, 둘 간의 정책은 완전히 극과 극이다. 도대체 국민이란 누구를 지칭하는 말인가. 요즘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 대통령부터 정부관료, 국회의원, 언론까지 ‘서민경제’라는 말을 참 많이 쓴다. 모두들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야한다는 데는 한목소리다. 하지만 역시 정책 방향은 천양지차다.

진짜 서민이 무엇일까. 나는 서민일까 중산층일까. 필자와 선후배 기자들은 도대체 서민의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해 다양한 각도로 취재를 해봤다. 해석은 너무도 달랐다.

소득계층을 10가지로 나눠봤을 때 21%에서 50%까지를 서민으로 보자는 전문가도 있고, 11%에서 40%까지를 봐야 한다는 이도 있다. 위평량 경실련 사무국장은 경제활동인구를 230만명으로 보고 중산층 이상과 빈민층을 제외한 약 1000만명이 서민이라고 했다. 중산층을 상위 30%, 빈민층을 하위 20%로 보고 나머지 50%가 서민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장희 국민은행 연구소장은 상위 5%와 하위 5%를 제외한 90%가 서민이라는 견해를 보였는데, 상위 10%에 속한 사람들도 근로소득이 없으면 생활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주택의 소유여부로 따지자는 논리도 있었고, 아무튼 다양했다. 솔직히 필자도 잘 모르겠다. 이 쯤 되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논리 전개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서민경제라는 화두를 안고 현장을 뛰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힘겨워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했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장사가 안 돼 하루가 멀다하고 문을 닫는다, 적자가 나도 그냥 끌고나가는 이도 있다. 딱히 할 만한 다른 일이 없다면서. 택시 운전사들도 사납금 내기가 벅찰 정도로 힘겨웠다. 통계를 봐도 확연하다. 생활물가상승률과 체감실업률을 더한 생활경제고통지수도 상승세고, 자영업자 휴ㆍ페업률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가게부채는 말할 것도 없다. 도저히 돈을 변통할 구석이 없어 보험해약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어쩌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됐을까.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에게 과반의석을 줘 힘을 실어줬다. 그 때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29%의 지지율로는 나라를 꾸려가기가 어렵다고 한다. 과반의석 줬을 때는 제대로 못하더니 이제 와서 웬 변명인가. 또 29%의 지지는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현 정권의 자신감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덕수 경제 부총리는 참여정부 하반기 과제를 두고 “방향은 잡았으니 해결의 강도와 깊이를 높이겠다”고 했다. 노무현 정권이 ‘서민’을 어떻게 정의하던 보다 일관성 있게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

<명순영 기자 프로파일>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93학번)
서울대 경영대 석사과정(경영전략 전공) 재학 (02학번)

한겨레신문 사회부, 편집부 기자 (99.11~2000.11)
오리콤 브랜드컨설턴트, 버거킹, 폴로 담당 광고기획(2000.12~2001.4)
매경이코노미 산업팀 기자 (증권담당) (2001.5~현재)

저서 / 위기를 기회로 바꿔라 (명순영, 정대용, 정선욱 공저, 매일경제신문사, 2003)
방송 / KBS, MBN, 교통방송 등 출연

* 그동안 [명기자칼럼]을 게재해주시던 명순영 기자의 개인사정으로 다음 달부터는 머니투데이의 임동욱기자의 칼럼으로 인사를 드리게되었습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명순영 기자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