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강남의 모이동통신사 사장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 인프라와 똑똑한 소비자를 갖고 있어 세계 IT산업의 테스트 베드가 되고 있을 정도로 IT강국의 위상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IT강국이 되려면 IT산업 자체의 경쟁력 못지않게 IT이용과 관련된 사회적, 문화적 측면의 기반이 마련돼야 합니다.”

#2. 8월의 햇살이 여전히 따가운 어느 이른 아침, 이탈리아 로마에서 피렌체로 향하는 기차 안.
창가에 나란히 마주앉은 동양여성 2명이 가이드북을 펴고 여정에 대해 의논하는 모습. 그리고 이들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이탈리아 남성. 목소리를 조금 낮추고 다시 의논하는 동양여성들. 여전히 이들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현지인. 결국 대화를 포기하고 각자 책을 읽기 시작한 동양인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경제주간지 한경비즈니스의 김소연 기자입니다. 이번 호 뉴스레터부터 여러분께 제가 취재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느낀 점들을 짤막하나마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위의 두 장면은 모두 최근 제가 겪은 일을 정리한 것입니다. 첫 번째는 지난 8월말 조영주 KTF 신임사장 인터뷰 자리에 배석해서 들었던 이야기를 적은 것이고 두 번째는 여름휴가 때 제가 직접 경험한 내용입니다.

KTF에서는 지난해부터 ‘모티켓’, 그러니까 ‘Mobile+Etiquette’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질문에 조사장은 바로 위와 같이 말씀하시더군요. “모바일 강국 위상에 맞지 않게 지하철이나 공연장 등 공공장소에서 모바일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례를 자주 경험하고 있다”는 탄식의 말도 덧붙이면서요. 인터뷰 내용을 듣고 있노라니까 지난 휴가 때 제가 겪은 일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이번 여름휴가 때 런던과 파리, 로마 이렇게 세 도시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곳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꼈던 점은 전철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전철의 원조격인 런던의 튜브에서도 파리나 로마의 메트로에서도 휴대전화를 들고 큰 소리로 떠들고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물론 한국처럼 전철 내에서도 휴대전화의 수신 상태가 좋은지의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전철 내에서도 수신이 잘돼야 한다는 우리의 인식 자체가 그들과 다른 문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로마에서 피렌체로 가는 기차 안에서 제가 겪은 일을 고려하면 아마도 공공장소에서 큰 목소리로 떠드는 자체를 잘못된 매너라고 생각하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까 판테온, 바티칸시국 등 유적지마다 휴대전화 통화불가를 나타내는 픽토그램이 걸려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조사장은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도 덧붙이시더군요. “한옥에 사는 사람이 아파트에 살기까지 적응기가 필요했듯 비단 모바일뿐만 아니라 우리는 아직 급격한 사회변화에 문화적응까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IT강국’이라는 말을 거의 습관처럼 쓰고 있습니다. 저희 매체 역시 ‘벤처갑부’니 하는 수식어로 관련 인물을 자주 지면에 등장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IT는 진정한 크리에이티브를 갖춘 콘텐츠의 발전 없이 지나치게 하드웨어의 발전만 있어 왔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우리 스스로에게도 해당되는 말은 아닐까요. 외형적인 발전에 집착한 나머지 우리 자신의 모습은 돌아보지 않은 건 아닐까요.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글로벌 매너’라는 소프트웨어를 갖출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말입니다.

<김소연 기자 프로파일>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2000년)

한경비즈니스 기자 (2002년~현재)
CBS라디오 ‘곽동수의 싱싱경제’ 주1회 패널출연:김소연의 트렌드 속으로 진행 (2005년 7월~현재)
한경와우 TV ''''''''웰빙파노라마‘ 주1회 패널출연:김소연의 산업트렌드 (200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