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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기자칼럼] 장수를 잘 만나야 기업이 산다

명기자 칼럼 /

장수를 잘 만나야 기업이 산다

지난해 말, 한 중견기업 임원을 만나 "향후 3년을 내다보는 경영목표가 뭐냐"고 물었다. 그의 답변이 걸작이다. “3년이 무슨 소리입니까. 지금은 1년도 장기 계획이예요. 당장 올해 생존을 위해 뛰는 실정입니다."

전략부서, 아니 기업체에 근무하는 누구라도 공감할 법한 애기일 듯 싶다. 과거 대기업들은 5개년 계획, 10개년 계획까지 줄줄이 세워놓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연말에 이런 전략을 짜느라 밤을 새는 기획실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넷업계의 치열함을 대변해주듯, 이해진 NHN 부사장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전략이 없는 게 나의 전략"이라고 말하곤 했다. 이런 한마디 한마디가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최근 기술 혁신의 속도를 예측하기 어렵다. 방향도 가늠하기 힘들다. 또 경쟁사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이런 외부적인 어려움에 직면할수록 기업들은 내부를 돌아보기 마련이다. 안에서부터 단단하게 만들어놓지 않으면 빠른 변화를 쫓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들 사이에서 ′경영혁신′이라는 단어가 회자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 역시 수백개의 기업을 취재하면서 혁신을 외치지 않는 기업을 별로 못 봤다.  실제로 ′혁신′을 목적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 공급사슬관리(SCM), 고객관계경영(CRM), 제약이론(TOC), 지식경영(KM) 등 수많은 기법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렇게 ′훌륭한′ 경영수단이 있어도 기업은 막상 변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첫째는 너무 유행을 쫓는 ′패션경영′을 하기 때문이다. 혁신기법도 트렌드가 있다. 많은 기업들이 그 때 그 때 화제가 된 경영기법만을 맹목적으로 도입하는 경향이 있다. 더군다나 한국도 아닌 외국에서 출발한 이론들을 말이다. 자신의 기업에 필요한 방법이 뭔가를 고민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가 늘 글로벌스탠더드를 따라가야 한다고 외치곤 하지만 삼성전자는, 그 자체가 글로벌스탠더드인 셈이다. 오히려 ′코리아스탠더드(Korea Standard)′를 더 키워나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한다.

또 너무 빠른 시간 내에 효과를 보려고 한다. 최근 ′블루오션 전략′이 화제다. 많은 기업들이 이를 표방하고 추진하고 있지만, 기자는 이마저 잠시 유행처럼 번졌다가 사라질까 두렵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블루오션 전략을 창의력 있는 기업문화로 정착시키지 못하고 말이다. 경영환경이 빨리 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먼 미래를 봐야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더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쉽다. 좋은 전략을 선택해, 일관성 있게 장기로 실천하는 주체는 분명 CEO의 역량이다.

전략(Strategy)이라는 말은 군대를 이끈다는 의미의 그리스어(Stratagos)에서 나왔다. 군대를 잘 이끄는 장수가 있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처럼, 기업체 최고 경영자의 역량에 기업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봐도 좋다.

<명순영 기자 프로파일>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93학번)
서울대 경영대 석사과정(경영전략 전공) 재학 (02학번)

한겨레신문 사회부, 편집부 기자 (99.11~2000.11)
오리콤 브랜드컨설턴트, 버거킹, 폴로 담당 광고기획(2000.12~2001.4)
매경이코노미 산업팀 기자 (증권담당) (2001.5~현재)

저서 / 위기를 기회로 바꿔라 (명순영, 정대용, 정선욱 공저, 매일경제신문사, 2003)
방송 / KBS, MBN, 교통방송 등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