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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기자칼럼] 유머를 팔아라

유머를 팔아라

최근 비행기를 탈 기회가 참 많다. 글로벌시대가 열리면서 비즈니스상 어쩔 수 없기도 하고, 국외 여행이 빈번해진 탓도 있다. 하지만 비행기란 게 별로 재미없는 운송 수단이다. 자리에 앉아 꼼짝 못한 채 몇 시간을 ‘버텨내야’ 한다. 자동차라면 잠깐 내려서 맑은 공기도 쐬고 기지개도 펼 텐데 말이다.

이런 지루한 비행기를 타는 게 디즈니랜드 가는 것보다 즐겁다면 믿겨지겠는가. 실제로 한 항공사가 자사 항공기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했더니 많은 고객들이 이 같이 답변했다고 한다. 바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손님은 비행기 밖 테라스로 나가십시오. 만일 어린아이를 데리고 여행하시다가 산소마스크가 떨어졌는데, 그게 마음에 드신다면 아이에게 씌우세요. 처음 1분간은 2달러, 그 이후부터는 1달러씩입니다.”

이런 즐겁고 장난스러운 비행안내를 듣는다면 웃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안전수칙도 랩송으로 나온다. 뜬금없이 기내 화장실에 최대 몇 명이 들어갈 수 있는지 콘테스트도 열기도 한다. ‘웃기는’ 항공사라고 실적까지 ‘웃길’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도 좋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31년 동안 흑자경영을 해왔다. 미국 내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2위를 기록한 기업이기도 하다.

이처럼 ‘유머 마케팅’은 하나의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주말 놀이공원에 가보면 타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다. 지루한 기다림 속에 직원들이 웃긴 공연이라도 펼쳐준다면 즐거움은 더할 것이다. TV광고도 유머광고가 주요 마케팅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렇게 유머 마케팅이 뜰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 있다. 요즘 시장에 나오는 제품들은 그 특징이 엇비슷한 경우가 많다. 경쟁이 없는 독점 기업은 거의 없다. 기술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마케팅에서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다양한 마케팅 수단이 동원되지만 그 가운데 돋보이는 게 유머다.

웃음을 싫어하는 고객은 없다. 유머는 고객의 뇌리에 그 상품을 인지시키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사회상과 연관짓는 학자도 있다. 청년실업, 노후불안 등 불투명한 현실을 벗어나는 데 웃음만한 묘약이 없다는 해석. 실제로 불황기일수록 유머마케팅이 효과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LG경제연구소가 ‘소비의 주역, 싱글을 잡아라’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5가지 공략 마케팅 전략 가운데 하나가 ‘재치와 유머로 무장하라’라고 한다.

유머 마케팅은 내부고객인 직원에게도 해당된다. 직원이 즐거워야 회사가 번창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 때문에 회사차원에서 유머 한마디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퀴즈 등 각종 이벤트로 웃음꽃을 피우게 만든다. 요즘 경영자의 덕목으로 유머가 들어가는 이유다. 지금 당장 직원들 사이에 웃음꽃이 피어있는지 회사를 돌아볼 일이다. 찌푸린 얼굴로 고객에게 유머와 재치를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명순영 기자 프로파일>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93학번)
서울대 경영대 석사과정(경영전략 전공) 재학 (02학번)

한겨레신문 사회부, 편집부 기자 (99.11~2000.11)
오리콤 브랜드컨설턴트, 버거킹, 폴로 담당 광고기획(2000.12~2001.4)
매경이코노미 산업팀 기자 (증권담당) (2001.5~현재)

저서 / 위기를 기회로 바꿔라 (명순영, 정대용, 정선욱 공저, 매일경제신문사, 2003)
방송 / KBS, MBN, 교통방송 등 출연

개인홈피 www.m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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