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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김응용의 힘 / 로마인 이야기

[BOOK]김응용의 힘 / 로마인 이야기

[뉴스메이커 2005-03-17 15:33]

개성은 없다 팀이 있을 뿐이다

◇김응용의 힘

김응용. 그를 빼놓고 우리나라 프로야구를 말할 수 없다. 한국시리즈 10번 우승, 2000년 시드니올림픽 야구 동메달 획득,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 사장.... 국내 프로야구에서 지난 20년간 감독으로서 그의 활약과 명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떻게 그는 프로의 세계에서, 거친 야구판에서 그토록 여러 번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까. 선수라면야 꾸준한 연습으로 자기 자신을 담금질할 수 있겠지만 감독의 위치에서는 혼자만의 훈련이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선수를 어떻게 하나로 단결시키느냐, 선수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하느냐가 중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김응용감독은 여기에 성공한 것이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10번 우승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저자가 그를 가리켜 ‘스포츠계의 마에스트로‘라고 칭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경향신문 편집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는 오래전부터 김응용 감독을 주목했다. 도대체 그에게 어떤 힘이 있기에 맡는 팀마다 최강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것일까. 선수들은 왜 요즘 같은 시대에 무뚝뚝하고 호랑이 같은 그를 잘 따르는가.

혹자는 운이 좋아서 우승을 많이 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 이를테면 선수들을 잘 만났기 때문이라는 것. 해태 시절에는 김봉연, 김성한, 김일권, 선동렬, 한대화, 이종범 같은 훌륭한 선수들이 있었고, 삼성에서도 이승엽, 마해영, 임창용 등 출중한 선수들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게 전부라고 큰 오산이다.

물론 개개인으로 보면 모두 야구판에서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다. 문제는 일류선수들은 자존심이 강하다는 데 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름값‘에 우쭐해 연습을 게을리 하고 감독의 말을 잘 따르지 않는 선수들은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 또한 너무나도 강한 개개인의 특성은 단체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단합에 저해요소가 되기도 한다. 매년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삼성이 1983년 통합우승을 빼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단 한번(2002년 김응용감독 시절)밖에 못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감독 시절 김응용씨는 선수들의 기와 자존심을 죽임으로써 스타선수들의 위기감과 오기를 발동시켰다. 오기와 위기감은 ‘쿠데타‘가 아니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발전한다. 김봉연, 김준환, 김성한 등을 제쳐놓고 신인 양승호를 팀의 4번타자로 기용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그는 무척 엄했다. 저자에 따르면 그는 예전 ‘엄한 아버지‘를 추억케 한다. 훈련을 게을리 하거나 감독 사인을 어기거나 팀내 단합을 방해하는 선수들은 가차없이 내몰았다. 누구를 편애하지도 않았다. 말도 많이 하지 않았다. 늘 눌변에 한마디 툭 던지는데 그것이 그렇게 무섭고 매몰찼다. 그러나 내면에는 자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들어 있었다. 옛날 엄한 아버지들이 그랬듯. 이 책은 야구판에서의 ‘감독 김응용‘을 통해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일깨운다. 그러나 전면에 내세운 ‘우승제조기 김응용의 리더십과 경영전략‘이라는 부제는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독자들이 겉모양만 보고 최근 유행하는 리더십 관련 처세술로 오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리더십과 경영전략은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다. 리더십을 배우는 것도 즐겁겠지만 저자가 끌어내는 야구판의 뒷얘기, ‘삼국지‘의 내용과 적절하게 비유한 대목들도 흥미진진하다.

제국을 신에게 봉헌하다

◇로마인 이야기 13 - 최후의 노력

‘로마인 이야기‘ 출간 10년을 맞아 13권 ‘최후의 노력‘이 출간되었다. ‘최후의 노력‘의 주인공은 디오클레티아누스와 콘스탄티누스 두 황제다. ‘야만족‘의 대규모 침입 과정을 보여주었던 12권 ‘위기로 치닫는 제국‘에 이어 ‘최후의 노력‘에서는 두 황제가 단행한 정치체제가 내적으로 어떤 불행을 초래했는지 설명한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사두정치‘를 단행한 황제다. 사두정치는 제국을 동방과 서방으로 나누어 정제(正帝, 책임황제)와 그 아래 부제(副帝)를 두어 제국을 철통같이 지키겠다는 의지가 배어 있는 체제였다. ‘야만족‘의 침입이 잦았던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이 체제는 이론상으로는 매우 탁월했지만 가뜩이나 부도덕해지고 소통이 둔해진 제국에는 알맞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막 붙기 시작한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사두정치로 인해 각 황제와 지역 사이에 벽이 생겼고 유동성은 차단되었다. 자잘한 내전이 일어나는 빌미를 제공했다. 관료기구의 비대화, 군사력 증강, 이로 인한 세금 증가, 국민들의 고통은 수순이었다.

엉망이 된 국가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기독교를 최초로 공인했다. 이는 지배와 통치의 권리를 인간에게서 박탈해 신에게 준 꼴이 되었다. 비록 콘스탄티누스 황제 자신은 ‘대제‘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지배권력을 인간이 아닌 신에게 준 것은 가장 ‘로마답지 않은‘ 결정이었다. 결국 두 황제는 쓰러져가는 로마제국을 재건하기 위해 나름대로 안간힘을 썼지만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주는 유익함은 더 이상 거론하는 것이 식상할 정도다.

임형도기자 lh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