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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경영계획 손도 못댄다.

내년경영계획 손도 못댄다

유가ㆍ환율 들쭉날쭉… 옥죄는 적대적M&A
재계, 북핵 리스크 대응-R&D 예산확대 등도 부심

재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환율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른 데다 경영환경을 좌우할 국내외 돌발 변수가 너무 많아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 핵문제 관련 발언으로 컨트리 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외국자본에 대한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시도에 대해 포스코 KT 국민은행 등 몇몇 공기업 성격의 기업에 대해서만 방어의사를 밝힘으로써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적대적 M&A에 노출돼 있는 주요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할 추가적인 부담까지 거머쥐게 됐다.

여기에 최근 확대되고 있는 일본과의 특허분쟁으로 인해 원천기술 확보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고 연구ㆍ개발(R&D)예산을 늘려야 하는 등 효율적인 예산배분 문제도 핵심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현대자동차 고위 관계자는 16일 "통상 11월이면 사업부별 사업계획이 취합돼 전체적인 윤곽이 잡혔는데, 올해는 환율이 급작스레 변하는 바람에 (사업계획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12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일단 달러당 1050원을 기준으로 전반적인 사업계획을 잡고 있지만 최근 환율 움직임을 감안해 기준환율을 더 낮추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임원급 관계자 역시 "내년 유가를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30~35달러로, 환율을 달러당 1100원대로 잡고 경영계획을 수립했으나 최악의 시나리오인 1000원 붕괴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어 경영계획을 수정하고 있다"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어서 주요 사업부의 의견을 취합해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자면 적어도 한 달은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근 계열사들에 내려보낸 `2005년 전략경영계획 편성기준`을 통해 내년 원/달러 환율은 1175~1075원,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36~42달러를 전망치로 제시했다. 거시변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환율 및 유가 전망치 범위를 최대한 늘려잡았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속 성장을 위한 R&D예산을 올해보다 늘리는 한편 계열사별로 장기불황에 대비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과 저환율ㆍ고유가에 대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내수 기업인 롯데그룹도 경영계획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월 백화점 매출이 소폭 늘어난 것으로 발표됐지만 내수가 완전 회복세로 돌어섰다고 진단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 "경제여건을 둘러싼 불확실성 증대, 신용카드 관리 강화, 소득 감소 등 소비위축을 불러오는 근본 문제들은 해결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내년 경영계획을 짜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경제 변수만으로도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인데 경제 외적인 변수까지 돌출돼 기업 경영환경을 옥죄는 듯 싶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산업1부/indus@heraldm.com) [헤럴드경제 200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