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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전에 불황은 없다

60나노 기술 WCDMA등서 뛰어난 실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올 한해 내수 침체와 고(高)유가, 환율 불
안 등 갖은 악재(惡材) 속에서 힘든 한해를 보냈다. 이 때문에 어려움을
딛고 뛰어난 실적으로 한해를 마감하는 스타급 CEO들이 더욱 돋보였다.
고난을 딛고 일어나 부활의 찬가를 부른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올해를 빛낸 스타 CEO들= 19조원의 사상 최대 세전 경상이익을 낸 삼성
전자의 ‘트로이카’ 사장단이 돋보인다. 황창규(黃昌圭) 반도체 총괄사
장은 세계 최초로 60나노미터(10억분의 1ｍ) 기술로 8GB 플래시메모리를
만들었다. 이기태(李基泰) 정보통신 총괄사장은 애니콜 판매대수를 세계
2위로 끌어올렸고, 이상완(李相浣) LCD 총괄사장은 충남 탕정에 대규모
제조라인을 건설, ‘탕정시대’를 열었다.

LG전자 정보통신사업본부장 박문화(朴文和) 사장은 차세대 단말기인
WCDMA휴대폰 400만대를 판매, 이 분야 세계 2위에 올라섰다. 정중동(靜中
動) 스타일의 포스코 이구택(李龜澤) 회장은 철강경기 호조 속에 경영 혁
신활동으로 창사 36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품질경영’을 최우선시하는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올해 선보인 쏘나타와 스포티지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가 확실히 업그레이
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유 주식 평가액도 이건희(李健熙) 삼성 회장
을 뛰어넘어 1위에 올랐다.

유현오(兪賢午)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싸이월드’ 서비스로 사이버
세상에 ‘미니홈피’ 꾸미기와 ‘도토리’(사이버머니) 열풍을 불러일으
켰다. 서경배(徐慶培) 태평양 사장은 프랑스 향수시장에서도 5위 안에 드
는 고급 브랜드를 키워냈다. 서영필(徐詠筆) 에이블C&C 사장은 가격거품
을 걷어낸 실속형 화장품 ‘미샤’로 성공을 거뒀다.

금융가에서 황영기(黃永基)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비(非)은행·재벌 출
신’이란 핸디캡을 뚫고 우리금융그룹을 장악했다. ‘마지막 서울은행
장’이었던 강정원(姜正元) 행장도 김정태(金正泰) 전 행장의 뒤를 이어
2년 만에 국내 최대 은행 CEO로 컴백했다.

◆인수합병 바람 거세= 강덕수(姜德壽) STX그룹 회장은 과감한 인수합병
(M&A) 전략으로 퇴출 위기의 회사를 연매출 4조7000억원대의 해운·조선
전문 그룹으로 재탄생시켰다. 부도난 쌍용중공업 사장을 맡았던 그는 회
사 지분을 인수, 오너로 변신한 뒤 대동조선·산단에너지를 잇달아 인수
한 데 이어 올해 범양상선까지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박용성(朴容晟) 두산중공업 회장은 대우종합기계 인수 경쟁을 승리로 이
끈 데 이어 ‘경제계의 유엔’으로 불리는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에
도 선출됐다. 김무일(金武一) INI스틸 부회장은 한보철강 인수에 성공했
다.

◆치열한 현장 경영= 김쌍수(金雙秀) LG전자 부회장은 “처음부터 강한
인재를 뽑아야 한다”며, 사원채용 프로세스를 확 바꿨다. 김동진(金東
晉) 현대차 부회장은 “마른 수건도 다시 짜라”는 말로 비상경영을 강조
했다.

휴대폰 제조업체 팬택 계열의 박병엽(朴炳燁) 부회장은 노조가 임금 동결
을 제안하자 오히려 임금을 10% 인상하고 격려금까지 얹어줘 다른 회사
의 부러움을 샀다. 김순택(金淳澤) 삼성SDI 사장은 간부들과 땀을 뻘뻘
흘리며 ‘찜질방 미팅’을 가졌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김충훈(金忠勳) 사
장은 전 직원에게 수시로 이메일을 보내 회사 실적을 설명하고 삶의 지혜
도 들려주었다.

◆부실기업들의 화려한 부활= 대우조선해양·대우인터내셔널·대우건설
등 옛 대우그룹 계열사들은 그룹 해체 5년 만에 화려한 부활의 찬가를 불
렀다. 부실기업의 대명사로 불렸던 하이닉스반도체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
으로 올해 순이익 2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조류독감 등으로 시련을 겪었던 중소 식품업체들도 필사적인 회생 노력
을 기울였다. 국내 최대 치킨프랜차이즈 점포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
스는 내년에 중국 상하이에만 200개 점포를 여는 등 해외 진출에 승부를
걸고 있다. 최대 닭고기 생산업체인 하림은 공장 견학 등을 통해 소비자
들을 안심시켰다.

[조선일보 2004-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