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사․발’을 아시나요?

비사발, 아마 들어보신 분도 계실겁니다.

<비사발>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줄임말로 서울 홍익대학교 부근 전용극장에서 지난해 말부터 상시 공연 중인 퍼포먼스의 제목입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공연의 주인공은 비보이입니다.

그러고 보니 참, 비보이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비보이(B-Boy), 즉 브레이크 댄스를 전문적으로 추는 사람을 말하는 이 말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반 대중에게는 비행청소년의 한 행태로 여겨졌습니다. 비보이 댄스와 힙합댄스, 하우스, 프리스타일 등 여러 가지 스트리트(거리) 댄스를 신촌, 대학로 등지에서 선보여 온 비보이, 또는 비걸(B-Girl․브레이크 댄스를 전문적으로 추는 여성)들이 대개 불우한 환경에 놓인 청소년인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죠. 더욱이 이들의 퍼포먼스는 말 그대로 거리댄스인 까닭에 10~20대 등 일부 계층에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사발>을 필두로 최근 비보이들을 정식 무대에 세운 퍼포먼스가 부쩍 늘었습니다. 특히 <비사발>의 경우 10~20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관람객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제가 이 작품을 관람한 날은 청와대 관계자분들이 객석에 자리하셨더군요!) 외국인 관람객의 비중도 20~30%나 된다고 합니다. 차세대 한류상품으로 키우기 위한 한국관광공사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고요.

그럼 문화상품으로서의 비보이의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될까. 불현듯 (여느 기자들이 그렇듯) 그것이 궁금해졌습니다.(최근 비보이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는 게 다 이런 이유에서겠죠.) 일단 비보이 공연을 기획 중인 공연 제작사 대표들을 만나봤습니다. 무척이나 상기된 모습이었습니다. “처음 비보이의 공연을 봤을 때 전율을 느꼈다”는 반응에서부터, 우리나라 비보이들이 세계적인 비보이 대회에서 입상한 사실을 들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극찬까지 더해져 결국은 “무한 자원인 비보이 댄스를 잘만 활용하면 훌륭한 관광 상품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이들 제작자들 논리의 핵심이었습니다. 듣고 보니 저 역시 인력자원만으로 그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싶더군요.

그런데 과연 비보이들 자신은 정작 지금의 비보이 열풍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의외의 반응이었습니다. 비보이 경력이 10년이 넘었다는 한 비보이 그룹의 단장은 “비보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하지만 비보이 공연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비관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의 비보이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도, 그들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도 외피만 보고 내린 판단이라는 게 그의 얘기였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한국의 비보이들은 하루에 8~10시간씩 비보이 댄스를 연습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테크닉에서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게 맞는 말이라고 하는군요. 그렇지만 그들이 헤드스핀(머리를 바닥에 대고 거꾸로 회전하는 기술), 파핑(몸의 관절을 튕기듯 끊어주는 것) 등을 잘한다고 해서 춤을 잘 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말입니다. 과연 정식 무대에서 스토리에 따른 감정 변화를 살려가며 공연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진정한 춤꾼, 진정한 비보이 배우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프랑스 같은 경우 우리나라 같은 ‘비보이 붐’은 없지만 1명의 비보이가 하는 공연을 찾아와 관람하는 유료관객이 이미 상당 수 존재한다고 말입니다. 비보이가 하나의 문화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그는 지금의 이런 비보이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기대보다는 비보이가 진정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도록 도와주는 공연계, 그리고 관람객의 지원을 바란다고도 했습니다.

요즘 우리는 문화산업, 문화마케팅이라는 참 쉽게 합니다. 그런데 과연 문화산업이란 무엇인지, 문화마케팅이란 무엇인지 깊이 있게 생각해 본적이 있었던가요? 그저 여타 업종의 비즈니스를 다룰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인 특유의 냄비근성으로 ‘여기에 투자하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만 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비보이를 소재로, 또 비보이를 활용한 문화상품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비보이들의 고민, 비보이 문화의 의미를 이해하는 게 비보이 공연, 비보이 상품이 커 나가는 첫 단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무작정 돈을 쏟아 붓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바로 문화상품과 문화마케팅을 키워가는 첫 단추일 테니 말입니다.
　

[김소연 기자 프로파일]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2000년)

한경비즈니스 기자 (02년~현재)

지상파 DMB라디오 "돈이 보이는 라디오" (06년 3월~현재)

CBS라디오 "정범구의 뉴스매거진 오늘" 시사뉴스풀이 코너 출연 (06년 4월~현재)

CBS라디오 "곽동수의 싱싱경제" 주1회 패널출연:김소연의 트렌드 속으로 진행 (05년 7월~06년 3월)

한경와우 TV "웰빙파노라마" 주1회 패널출연:김소연의 산업트렌드 (0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