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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칼럼] 명성황후와 공무원학원

명성황후와 공무원학원

한 작품에 무려 1,200만 명이나 몰리는 영화산업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100만 관객 시대를 맞은 뮤지컬 산업은 최근 한국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더스트리 중 하나입니다. 특히 지난해 한국 뮤지컬산업의 매출액 1,000억원은 2004년에 비해 48%가 늘어난 수치입니다. 2008년에는 3,000억원 규모로 성장하리라는 예측을 내놓는 이도 있습니다.
　

올해 공연됐거나 공연 예정인 작품의 면면만 보더라도 <지킬앤하이드>, <프로듀서스>, <십계>, <맘마미아>, <미스사이공> 등 한국뮤지컬 시장이 화려한 전성기에 들어섰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벌써부터 국내 관객을 공략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5년만 있으면 아시아권을 타깃으로 한 작품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물론 뮤지컬 관객 100만 명 중 국내 창작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은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우려가 있기도 합니다만 다행히도 최근에는 몇몇 창작뮤지컬이 조금씩 관객에게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 대표작 중 하나가 바로 뮤지컬 <명성황후>입니다. 이 작품은 한국영화가 할리우드영화와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듯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또 다른 고유의 화법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마력을 지닌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올해로 11년째 공연 중인 이 작품의 미덕은 꾸준히 수정을 거듭하면서 매년 좀 더 나은 작품으로 관객에게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뉴욕 브로드웨이, 런던 웨스트엔드 등을 비롯해 여러 해외 투어 공연에서 해외 유수 언론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잠시 뮤지컬 이야기에서 벗어나 보겠습니다. 요즘 노량진 학원가에서 중․고등학생을 밀어낸 거대세력이 있습니다. 바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을 포함한 성인 수강생들입니다. 우리나라 성인사교육 시장은 2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대학생, 또는 멀쩡히 직장을 다니던 샐러리맨들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모든 수험생을 다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이런 말을 하더군요. 어차피 모든 산업군의 미래 전망이 불안정한 요즘 같은 때라면 꿈이나 자아실현 등의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기보다는 안정성에 자신의 미래를 걸겠다고 말입니다.

　

그럼 다시 뮤지컬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1995년 이후 현재까지 90만 명이 관람한 작품입니다. 2006년 버전 <명성황후> 오픈일인 3월11일에도 여전히 객석은 만원이었습니다. 조만간 전용극장을 지어 관광 상품으로 만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그런데 명성황후의 제작진들이 10년 전부터 이미 뮤지컬 시장의 활황을 예상하고 이 일에 매달렸을까요.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을 제작하는 게 훨씬 수월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임을 이들은 정말 몰랐을까요. 이들이 문화산업이라는 그야말로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업종에서 일하는 게 불안하게 느껴져 안정된 직장을 찾아 나섰다면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 홍수 속에 그나마 한국뮤지컬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오늘날의 <명성황후>는 없었을지 모릅니다. 한국 뮤지컬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확고한 신념이 이들에게 좋은 작품, 그리도 비즈니스의 성공까지 가져다 준 셈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현실과 타협해 진짜 해야 할 일을 포기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지난 주말 큰 감동을 안겨 준 뮤지컬 <명성황후>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니 아찔해집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한다’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말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지는 주말이었습니다.

　

[김소연 기자 프로파일]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2000년)

한경비즈니스 기자 (02년~현재)
지상파 DMB라디오 "돈이 보이는 라디오" (06년 3월~현재)

CBS라디오 "곽동수의 싱싱경제" 주1회 패널출연:김소연의 트렌드 속으로 진행 (05년 7월~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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