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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기자칼럼] 토종 기업사냥꾼, 우리도 키워볼까?

기업사냥꾼이 다시 우리 경제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SK주식회사의 경영권을 노렸던 소버린 자산운용이 발을 뺀 지 얼마 안 되 이제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대명사 칼 아이칸이 KT&G를 노리고 한국 시장에 들어온 것입니다.

지난해 5월 중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칼 아이칸, 커크 커코리언 등과 같은 대표적인 기업사냥꾼들이 다시 시장에 출현해 기업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이 한국시장을 노릴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칸은 8개월 뒤 KT&G의 지분 매입과 경영참여를 선언했습니다. 공격후 돈되는
자산을 찢어서 매각(R&B)하는 수법이 등록상표인 칼 아이칸은 80년대 그의 이름이 주주명
부에 등재되는 것만으로도 경영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는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로 주식을 사들인 뒤 경영에 참여해 회사를 분할 매각하거나 아니면 보유지분을 비싸게 되팔았습니다. 그는 세계적 미디어기업 타임워너에게 출판사업부 를 매각케 했고, 중견 석유회사인 커-맥기의 지분 10%를 취득 후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습니다.

또 블록버스터의 이사회에서 CEO를 ‘자르고’ 3개의 이사직을 차지했고, 지난 2000년 세계적 담배 및 식품업체 RJR나비스코가 식품사업을 분리매각하게 했습니다.

아이칸은 올해 초 5% 미만의 KT&G 지분을 매집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가 경영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이칸은 유휴부동산 매각과 자회사 한국인삼공사 상장 등을 통해 주가를 부양할 것을 회사측에 요구했고, KT&G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아이칸은 자신이 임원으로 있는 아이칸 파트너스 마스터 펀드 리미티드 파트너십(Icahn Partners Master Fund LP) 등 4개 펀드를 통해 KT&G 주식 1070만주(6.59%)를 매입했습니다. 또 경영참가 의사를 밝히며 사외이사 3명을 추천했습니다.

아이칸 같은 기업사냥꾼들은 저금리 환경에서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 있을 때 나타났습니다. 즉 기업의 수익과 현금흐름이 증가했음에도 주가가 하락한 경우, 이를 틈타서 기업을 공략하는 수법을 사용해 온 것입니다.

이번 KT&G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주인없는 기업이므로 공략이 손쉽고 6000억-7000억원대로 추정되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를 상장할 경우의 평가이익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제 우리기업들도 국제적 기업사냥꾼들이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먹잇감에 올려놓는 수준이 됐습니다. KT&G도 아이칸의 이번 공격을 잘 막아낸다면 더욱 강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가끔씩 이런 사례를 보면서 왜 우리나라에는 아이칸 같은 국제 M&A계의 거물이 없을 까 생각해 봅니다. 국내 자본이 해외 굴지의 기업에게 잔소리 할 수 있는 날도 언젠가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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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기자 프로파일]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졸업(95학번)
LG전자 DDM사업본부 해외마케팅 담당

머니투데이 증권부,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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