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박을 꿈꾸십니까?

2005년 12월 주식시장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종목이 하나 있다. 전기변환장치 생산 및 출판사업을 영위하는 P사가 그 주인공.

P사의 주가는 두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28배나 급등했다. 지난 10월14일 당시 주가가 1670원에 불과했던 P사는 지난 12월7일 장 중 4만6950원까지 뛰어오른 것. 더구나 17거래일 연속 주가가 상승했고, 이 중 이틀을 제외한 1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었고,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4위까지 뛰어오른 괴력을 보였다.

다시말해 100만원을 P사 주식에 투자했다면 두 달도 안 되서 2800만원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한 달 월급의 일부를 주식에 투자해 연봉과 맞먹는 돈을 벌 수 있었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은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대박 스토리는 더 있다. 골프공 제조업체에서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변신한 또 다른 P사. 이 회사의 올해 초 주가는 270원이었다. 지난 8월 3대1로 감자된 것을 감안하면 수정 주가는 810원. 지난 11월23일 당시 주가가 3만81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4590% 폭등한 셈이다.

또 단말기 관련 IT업체로 변신한 S사는 연초가 445원에서 11월 말 1만2800원으로 무려 2776% 급등했고, 네트워크 설계업체에서 바이오업체로 변신한 N사도 같은기간 주가가 1811% 뛰었다.

이밖에 G사, Y사, J사, N사, D사등도 올해 들어 주가가 각각 800~1000% 급등해 초대박주 행렬에 합류했다.

이쯤되면 투자자들은 ‘이런 주식에 투자를 잘해서 팔자 한번 고쳐보자’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은행 금리가 연 5~6%에 불과하고, 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에 투자해 얻는 수익도 초라해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식투자는 매매차익에 대해 수수료를 제외하면 비과세된다는 혜택도 있다.

그러나 28배 대박신화의 주인공으로 앞서 소개했던 P사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12월7일 장

중 갑자기 급락했고, 사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반토막났다. 한 때 1조원이 넘었던 시

가총액도 5679억원 수준으로 추락, 며칠새 약 5000억원이 허공 속에서 사라졌다.

P사가 이처럼 급등했던 원동력은 어두운 곳에서도 플래시 없이 선명한 사진과 컬러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센서 덕분. 이 칩에 대한 기대가 4년째 적자에서 헤매고 있는 P사를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칩은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상태다.

다시말해 신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이 같은 대박신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만약 이 기술이 상용화돼 실제 회사의 수익으로 연결된다면 시가총액 1조원은 분명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뒤늦게 이 종목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단 며칠새 투자금의 절반을 날려버렸다. 그만큼 대박주 투자에는 엄청난 위험이 따른다.

시장에는 분명 대박주는 존재한다. 그러나 대박주를 고르기 위해선 우선 기업의 실적과 장래성에 기반을 둔 ‘펀더멘털 투자법’이 선행되야 한다.

논어 선진편에 나오는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라는 공자님 말씀은 현대 사회의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진리임을 명심하자.

[임동욱 기자 프로파일]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졸업(95학번)
LG전자 DDM사업본부 해외마케팅 담당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