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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기자칼럼] 유모차 타고 객장에 온 견공

유모차 타고 객장에 온 견공

브레이크 없이 오르기만 하던 증권시장이 며칠새 급락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주식매매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루머가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았고, 연기금의 환매설 또한 시장을 뒤숭숭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증권회사 직원이 뜬금없이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지점에 있는 자신의 동기가 방금 전화통화에서 ‘얼마전 객장에 아줌마가 유모차에 개 태우고 왔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개여서 괜찮겠지 했건만..’ 이라고 한탄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주식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행동지표’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객장에서 장 바구니가 보인다던지, 상담하는 영업직원이 과로에 따른 몸살로 결근한다던지 하는 것은 바로 ‘꼭지’, 즉 증시의 고점에 도달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지점의 영업직원들이 한가하게 컴퓨터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던지, 연일 ‘증시에 찬바람 분다’는 식의 제목이 신문을 장식할 때 저가 매수 타이밍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 항상 최고점에서 늦게 따라잡기에 나선다는 투자자를 두고 ‘역(逆)인간지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과연 증권시장은 하루 아침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바뀐 것은 ‘당신의 마음’ 입니다. 어제까지 주식을 더 사고 싶어서 전전긍긍했던 마음이 이제는 싼 값이라도 빨리 팔아버리고 싶은 겁니다. 투자한 기업의 가치는 그대로 있는데 말입니다.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바꾸게 만드는 것은 바로 ‘두려움’ 입니다. 주가가 한없이 올라갈 때 나만 주식이 없어 손해보고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주가가 무섭게 하락할 때 느끼는 ‘두려움’이 그 원인입니다.

그러나 시장은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잘못됐다 탓하지 말고 나의 투자방법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찾아보는게 낫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 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쉼없이 오르기만 했던 증시가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조정을 받게 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만약 믿을 수 있는 회사의 주식에 투자했다면, 이 때를 당신의 ‘두려움’을 극복해 보는 기회로 삼아보면 어떨지요.

[임동욱 기자 프로파일]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졸업(95학번)
LG전자 DDM사업본부 해외마케팅 담당

머니투데이 증권부, 금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