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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조윤희	작성일	2006-09-06 오후 4:05:00
조회수	7568
이 어려운 시대 우리 문학이 가야할길

이 어려운 시대 우리 문학이 가야할길

소설가/시인 방영주

우리는 아직도 IMF의 망령에 사로잡힌 채 실고 있다.
구한말 이래 최대의 국치를 당한 셈이다.
지금도 실업자는 계속 증가하고 경제 상황 또한 별반 나아진 게 없다.
이것을 누가 조장해왔는냐 하는 것은 이제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어느 누구 누구의 책임이 아니라,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몫인 때문이다. 그러그러한 사람들을 지도자로 뽑은 우리의 책임이요, 지도자들을 선출하고도 방치한 국민들의 무지와 무능인 까닭이다.

한동안 언론에서 수없이 되풀이한 책임공방의 저 저질 정치에 우리는 이미 식상해 있다. 아니 패배주의, 현실도피주의가 팽배해 있다. 그래서 될대로 되라, 다시 먹고 마시며, 세기말을 세기말처럼 사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교통량은 엄청 증가하고 각종 유흥업소의 불빛이 휘황하다. 사람들은 자신감을 상실하고 역학이나 주술에 탐닉해 든 지 오래이다. 하여서 한동안 그런 유의 드라마나 소설이 날개를 달았던 적도 있다. 그러더니 이제는 인터넷과 시네마의 영향으로 괴담류나 환타지, 무협지, 간통, 근친상간, 사소한 가정사, 우먼파워의 페미니즘, 신변잡기, 근친상간을 다룬 그런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인간의 근원적인 탐구와는 거리가 먼. 이런 작품들을 평론가가 앞장서 추켜주고, 잡지사와 출판사의 장사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마치 무슨 연예인의 ＇스타＇를 만들 듯이. 그리고 얼마간 세월이 흐르면, 또 다른 ＇스타＇를 만들어 장사를 해준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우리의 문학도 제 본분을 잃고 거품을 만들어 오지 안았나 하는 반성을 할 시기에 이른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금 출판계에 횡행하는 베스터 셀러 작가 만들기가 우선 그 주범이라 지적하고 싶다.

작가가 진정한 인간의 진실에 대한 고뇌와 갈등을 다룬, 그런 어려운 산고의 과정을 통해 탄생된 작품들은, 대부분 초판도 다 소화되지 못하고 사장되어 버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에 반해 채 소화되지도 않은 외국 이론을 흉내낸 국적불명의 작품이나 적당히 시류에 편승한 작품, 또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저질작품이나 어설픈 통속물들이 출판사와 언론, 그리고 평론가의 조작으로 잘 팔리는 작품으로 자리매김 되고, 좋은 작품으로 추켜 세워져왔음을, 양식있는 독자라면 누구라도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도대체 이게 문학작품인가 하는 그 기본 마저도 의심되는 작품들이 베스트 목록을 차지해 왔었던 것이다. 그런 작품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독자들이 머리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소비물인 것이다. 아니, 다른 물건은 소비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그러나 독서는 사람의 머리에 독성으로 남는 것이다. 역설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우리의 사회가 천박하고 소비지향적인 이유는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거품이었다.

출판사는 많은 제작비를 들여 초화판으로 책을 찍어내었고, 또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가며 되지도 않은 책을 괘대포장하여 배포하였다. 게다가 그 출판사가 책을 대량으로 사재기하여 판매순위를 조작한다. 여기에 명약관화한 결과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결과 대형 출판사부터 줄줄이 부도를 맞았고, 대형 유통업체가 쓰러져 갔었던 것이다. 이것 역시 우리 모두의 책임인 것이다. 출판사, 작가, 비평가, 언론, 그리고 독자인 우리 모두의 몫이란 말이다. 환언하여 저들이 그 본분을 잃어버리고 다른 곳에 집착한 때문이란 것이다.

이제 그 거품을 거둬내야 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작가는 치열한 작가정신에 의하여 글을 쓰고, 평론가는 그런 작가의 작품을 옳게 평해주고, 독자는 그들을 믿고 출판사가 양심껏 제작 발간한 양서를 읽어 정신을 풍요롭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 시대에 절실히 요구되는 우리의 출판과 독서의 자세이다. 여기로부터 우리의 문학은 건전성을 회복하고, 하여 이 나라의 풍요로운 정신의 터밭을 일궈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

* 다음 카페 "작가 방영주 펜클럽 카페" (소설가의 방) 작가 방영주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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